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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 흔들림 속에 피어난 세 가지 색의 생명

관리자
2026-06-08
조회수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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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수의 해는 유난히 얇은 얼음 같았다.

 발을 디디면 깨질 듯한데, 그렇다고 멈춰 설 수도 없는 그런 시간.

 코로나라는 이름의 안개가 도시를 덮고,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잃어가던 시기였다.

 마스크 너머의 표정은 점점 멀어졌고, 말들은 공기 중에서 길을 잃었다.

 나는 가장이었다. 가족이라는 이름을 붙들고 있으면서도, 정작 내 몸 안에서 자라는 어둠은 끝내 가족에게조차 말하지 못했다.

 갑상선암 말기라는 통보는 오래된 집의 기둥이 속부터 썩어 있었다는 선언처럼 잔인했다. 무너지는 것은 몸이 아니라 이해였다.

 수술을 앞두고 집 앞마당에 삼색 버드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하얗고 푸른 빛, 그리고 연분홍이 섞여 피어 있는 나무였다.

 나는 그것을 세 사람의 가족이라 불렀다. 가장과 아내, 그리고 아이. 혹은 살아남고 싶은 나 자신과 이미 지쳐버린 나 자신, 그리고 끝내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지막 나 자신.

 바람이 지나가면 잎은 서로 다른 색으로 흔들렸다. 마치 서로 다른 목소리가 한 몸에서 동시에 울리는 듯했다.

 나는 그 흔들림을 오래 바라보았다. 흔들린다는 것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라면, 나는 아직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코로나로 병원은 낯선 요새처럼 변해 있었다.

 서울대학교병원으로 향하는 길은 유난히 길었고, 그 길 위에서 나는 몇 번이고 되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돌아갈 집은 이미 예전의 집이 아니었다. 가족이 있는 집이 아니라, 가족을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장소였다.

 수술실 앞에서 문득 떠올랐다. 마당에 심어둔 삼색 버드나무가 지금 어떻게 흔들리고 있을지. 아직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쩌면 그 불안정함이 오히려 나와 닮아 있었다. 뿌리 내리지 못한 채로도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

 수술은 길었다.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서 나는 여러 번 고향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돌아왔다. 몸은 이전의 몸이 아니었다. 회복의 시간을 지나며 내 안에 숨어있던 우물 같은 작은 샘이 잘려나갔다. 

 완치라는 말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병이 사라졌다는 선언은 기쁨이라기보다, 한차례의 폭풍이 지나간 뒤 남은 폐허를 확인하는 일에 가까웠다. 나는 그 폐허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가장 먼저 삼색 버드나무를 보았다.

 그 나무는 살아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살아남아 있었다.

 잎은 이전보다 조금 더 짙은 색을 띠고 있었고, 서로 다른 색들은 더는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호흡처럼 섞여 있었다.

 나는 그 앞에 오래 서 있었다. 수술 전의 내가 심어둔 작은 생이, 수술 후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바람이 불었다. 나무가 흔들렸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살아남는다는 것은 단지 병을 이기는 일이 아니라, 흔들리는 것들과 끝내 함께 서 있는 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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