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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소나무 아래 묻은 영원한 사랑의 기억

관리자
2026-06-08
조회수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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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간지럽히는 느낌에 눈을 떠 보면 어김없이 그 아이가 서 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자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저를 그 아이는 어찌저찌 이불 밖으로 데리고 나옵니다. 온갖 짜증을 내며 거실에 널부러진 장난감을 뻥뻥 찼습니다. 신이 나나 봅니다. 온 거실을 내달리며 나를 향해 웃었습니다. 그 웃음 하나면, 나는 그 아이에게 우주를 쥐어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회사일이 가장 바쁜 시즌에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암이라고요, 손을 쓸 수 없다고요. 수술을 해서 3개월까지는 연명치료를 해 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아니오, 아닙니다. 저는 이가 시릴정도로 입을 앙다물고는 아이를 검진대 위에서 안아내렸습니다. 이렇게 멀쩡한데요? 여전히 나를 향해 웃고, 신이 난 듯 온 병원을 내달립니다. 나는 믿지 않았습니다.

연차를 썼습니다. 월말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하나도 소진하지 못한 연차를 보며 나는 내 자신이 미웠습니다. 한 번더 집에서 안아주고, 한 번 더 함께 밖을 거닐 껄. 뭐에 미쳐서 일만 하려고 했었을까요.


거실에 큰 이불을 켜고 아이와 함께 누웠습니다. 아이의 온기가 그대로인지, 내가 너무 깊이 잠든 어느 밤, 따듯한 체온이 사라지는 건 아닌지 불안해 종일 이마를 붙이고 잠에 들었습니다. 자장가 대신 괜찮다고, 괜찮을거라고 중얼거리는 제 목소리를 들으며 우리 둘은 잠에 들었습니다. 


병원에선 일주일을 말했지만 아이는 열흘을 넘긴 시점까지도 아프다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건강해보였습니다. 하루에 두세번씩 산책도 나가고, 온갖 영양가있는 음식으로 상을 차려내면 싹싹 비웠습니다. 아이는 제 끝이 다가오는 것을 모르는 듯 했습니다. 그래, 아이가 모른다면 어쩌면, 어쩌면....


기적은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극심한 통증에 마약성 진통패치를 붙인 채 생활해야했습니다. 피가 부족해서 잇몸까지 하얘진 아이를 24시간 내내 제 무릎에 뉘여 토닥거렸습니다. 아이는 더 이상 나를 향해 웃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온 거실을 내달리지 않았습니다. 우리 집 장난감은 바구니에 얌전히 수납된 채 며칠이 지났습니다. 


아이가 가기 전 며칠과 가고 난 며칠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많이 울고, 애원하고, 분노하는 것의 반복이었겠지요. 불에 타 한 줌 뼛가로로 나온 아이를 꼭 움켜주었습니다. 아랫배부터 올라오는 따듯함이 온 몸을 감쌌습니다. 


아이는 생전 나무를 참 좋아했습니다. 좋아하는 나무로 가득 찬 산에 가면 잔뜩 상기된 얼굴로 따라가지 못하는 나를 놀리곤 했었습니다. 산에서 나무냄새를 맡으며 벌름거리던 콧구멍을 난 참 좋아했다고, 이젠 전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아이를 메모리얼스톤(돌)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뒷마당에 아주 작은 소나무 묘목을 심으며 그 아래 아이를 묻어주었습니다. 


이제 여름이 온다. 엄마는 요즘 가드닝을 배우고 있어. 외롭지 않게 더 많은 나무를 심어줄게. 네가 원하던 숲을 갖게 해 줄게. 불사의 사랑이라는 소나무 옆에서 엄마 지켜보고 있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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