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심은 나무 한 그루가 메마른 지구를 살립니다.

공모전 갤러리 

[참가상] 남*숙님 작품

관리자
2026-06-08
조회수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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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9년 전, 유난히도 따스했던 5월에 우리 곁을 떠나신 나의 소중한 어머니를 기리며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원래 치매 초기 증상이 있으셨던 어머니는, 당신보다 딱 1년 먼저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를 여의고 난 후부터 슬픔을 이기지 못해 증상이 급격하게 심해지셨습니다. 장례식장에서 겨우 1년만 더 기다려주지 왜 그리 급하게 먼저 갔냐며 어린아이처럼 펑펑 우시던 어머니의 애달픈 모습과, 이제는 세상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부모님의 묘비를 바라보며 저 역시 혼절할 정도로 깊은 절망과 고통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었지요. 부모님이 모두 떠나시고 난 이후에는 차마 온기가 사라진 엄마의 빈 집 마당을 들여다볼 용기가 나지 않아 한동안 발걸음을 끊기도 했습니다.


과거 우리 고향 집은 동네에서도 유난히 꽃과 나무를 좋아하셨던 부모님의 손길 덕분에 사계절 내내 생기가 돌고 참 예쁜 곳이었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앞마당에 갖가지 꽃들이 피고 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자연스럽게 보고 자란 덕분에, 저 역시 자라면서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고스란히 물려받았지요. 하지만 어머니의 치매가 시작되면서 마당은 오랜 시간 돌봄을 받지 못해 거칠고 황폐하게 변해갔고, 결국 잡초로 난잡해진 바닥은 흙이 보이지 않게 콘크리트로 포장하고 남아있던 나무들도 싹 뽑아내며 우리 집의 푸르던 녹지는 그렇게 완전히 메말라버리는 듯했습니다.


그렇게 어머니의 49재를 모두 마치던 날, 언니가 슬픈 얼굴로 저와 동생들에게 작은 화분 하나를 대뜸 쥐여주었지요. 이게 도대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마당의 나무들을 정리할 때 차마 버릴 수 없어 겨우 뿌리만 살려두었던 우리 집 마당의 영산홍 줄기라고 하더군요. 봄마다 마당 한구석에서 강렬한 분홍빛으로 아름답게 피어나 동네를 환하게 밝히던 바로 그 영산홍이라는 말에, 마치 어머니가 당신의 분신처럼 자식들에게 남겨주신 마지막 선물 같다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저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베란다 정원에서 가장 햇살이 잘 들고 양지바른 명당자리를 골라 정성스레 그 작은 영산홍을 옮겨 심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앙상하고 메마른 줄기가 과연 거친 흙 속에서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며 매일같이 물을 주고 들여다보았네요. 다행히 영산홍은 죽을 것 같이 앙상하다가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결국 파란 싹을 틔워냈고, 매년 봄이 되면 어김없이 눈부시게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리며 베란다 전체를 싱그럽게 채워주고 있답니다. 굴곡진 세월 속에서도 자식들을 위해 묵묵히 버텨내시던 우리 어머니의 강인한 삶을 꼭 닮은 이 영산홍을 돌보며, 저는 메마르고 황량했던 제 마음의 사막화도 조금씩 치유해 나갈 수 있었지요.


매일 아침 정성스레 가지치기도 해주고 비료도 넉넉히 챙겨주며, 이제는 매년 5월 영산홍이 피어나는 모습을 보는 재미로 길고 추운 겨울을 버텨냅니다. 때마침 어머니가 돌아가신 달도 눈부신 5월이니, 따사로운 봄날에 우리 엄마가 딸내미 얼굴을 잊지 않고 잠시 보러 오시려 베란다 정원에 꽃으로 피어나 머물다 가시는 게 아닐까 싶어 가만히 꽃잎을 쓰다듬어 보곤 합니다. 기후변화로 전 세계의 토양이 메말라가고 사막화가 심각해지는 요즘 같은 시대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고 정성으로 가꾸는 일은 내 마음속 가장 소중한 기억과 생명의 가치를 지켜내는 가장 위대한 실천이잖아요. 앞으로도 어머니가 남겨주신 소중한 영산홍이 메마르지 않도록 사랑을 듬뿍 주며, 제 일상을, 세상을, 더 푸르게 가꾸어 나가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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