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를 심는 사람의 시간
산은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나는 오래도록 산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
젊은 날에는 먹고사는 일이 먼저였고, 바쁘다는 이유로 계절이 바뀌는 것도 잊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고향 봉화의 산 자락을 오르다 메마른 흙 위에 힘없이 쓰러진 어린 나무 하나를 보게 되었다. 그 작은 나무는 마치 사람의 삶처럼 간절하게 버티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삽 하나를 들고 산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의 산을 그냥 바라 만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봄이면 어린 묘목을 심고, 여름이면 가뭄에 마르지 않도록 물을 길어 나르며, 가을이면 쓰러진 지지대를 다시 세웠다. 겨울에는 눈 속에서도 어린 나무가 잘 견디는지 산길을 올랐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힘든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내게 나무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었다. 미래를 심는 일이었고, 다음 세대에게 남겨줄 희망이었다.
몇 해 전, 유난히 비가 오지 않던 여름이 있었다. 산은 점점 갈라지고 계곡은 바닥을 드러냈다. 그때 내가 심은 작은 나무 몇 그루가 푸른 잎을 지키고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순간 가슴이 먹먹 해졌다. 누군 가는 나무 한 그루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말하지만, 나는 믿는다. 바로 그 한 그루가 메마른 땅을 붙잡고, 뜨거워진 지구의 숨을 식히며, 누군가의 삶을 지켜낸다는 것을.
사진 속 나는 흙 묻은 장갑을 끼고 어린 나무 곁에 무릎을 꿇고 있다. 화려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모습이다. 그러나 그 장면은 내 삶에서 가장 진실한 순간 중 하나 이다.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단지 오늘의 풍경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내가 보지 못할 먼 훗날까지도 누군가 시원한 그늘 아래 쉬어갈 수 있도록 시간을 심는 일이다.
사막화와 가뭄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산과 들, 우리의 삶 가까이 다가와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산에 오른다. 작은 묘목 하나를 심으며 조용히 바란다. 언젠가 이 나무들이 울창한 숲이 되어 메마른 세상을 다시 푸르게 감싸주기를. 그리고 그 숲 속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마음껏 숨 쉬며 살아가기를.
나무를 심는 사람의 시간
산은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나는 오래도록 산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
젊은 날에는 먹고사는 일이 먼저였고, 바쁘다는 이유로 계절이 바뀌는 것도 잊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고향 봉화의 산 자락을 오르다 메마른 흙 위에 힘없이 쓰러진 어린 나무 하나를 보게 되었다. 그 작은 나무는 마치 사람의 삶처럼 간절하게 버티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삽 하나를 들고 산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의 산을 그냥 바라 만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봄이면 어린 묘목을 심고, 여름이면 가뭄에 마르지 않도록 물을 길어 나르며, 가을이면 쓰러진 지지대를 다시 세웠다. 겨울에는 눈 속에서도 어린 나무가 잘 견디는지 산길을 올랐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힘든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내게 나무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었다. 미래를 심는 일이었고, 다음 세대에게 남겨줄 희망이었다.
몇 해 전, 유난히 비가 오지 않던 여름이 있었다. 산은 점점 갈라지고 계곡은 바닥을 드러냈다. 그때 내가 심은 작은 나무 몇 그루가 푸른 잎을 지키고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순간 가슴이 먹먹 해졌다. 누군 가는 나무 한 그루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말하지만, 나는 믿는다. 바로 그 한 그루가 메마른 땅을 붙잡고, 뜨거워진 지구의 숨을 식히며, 누군가의 삶을 지켜낸다는 것을.
사진 속 나는 흙 묻은 장갑을 끼고 어린 나무 곁에 무릎을 꿇고 있다. 화려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모습이다. 그러나 그 장면은 내 삶에서 가장 진실한 순간 중 하나 이다.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단지 오늘의 풍경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내가 보지 못할 먼 훗날까지도 누군가 시원한 그늘 아래 쉬어갈 수 있도록 시간을 심는 일이다.
사막화와 가뭄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산과 들, 우리의 삶 가까이 다가와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산에 오른다. 작은 묘목 하나를 심으며 조용히 바란다. 언젠가 이 나무들이 울창한 숲이 되어 메마른 세상을 다시 푸르게 감싸주기를. 그리고 그 숲 속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마음껏 숨 쉬며 살아가기를.